외국인고용과비자

제2장 외국인 취업비자 및 출입국관리

여권제도와 여권속의 비밀



우리나라는 1989년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여권은 해외로 출장 가는 공무원이나 무역업 종사자, 유학을 떠나는 사람에게만 발급되었으며, 오늘날처럼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필요한 관광여권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발급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1983년부터 관광이나 방문 목적의 해외여행이 시작됐지만, 부부 동반을 제외하고는 연령 제한(50세 이상)에다 200만 원을 1년간 예치하는 조건이 있었으니 해외여행 한번 가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다. 그리하여 당시엔 여권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특별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1981년 한진관광에 입사한 한 직원에 따르면, “여권을 처음 발급받았을 때 부모님께서 얼마나 뿌듯해하셨는지 모릅니다. 크게 출세한 것처럼 생각하셨으니까요. 그땐 여권을 보여주면 외상술도 쉽게 마실 수 있었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1960년대 일간신문은 ‘오늘의 해외 출국자’를 고정란에 매일 소개하기도 하였다. 1980년대 신문기사를 보면 외국어에 서툰 나이 지긋한 여행객들이 해외에서 벌이는 해프닝이 줄을 이었다. 돈을 넣으면 물건과 거스름돈이 척척 나오는 일본의 자동판매기가 어찌나 신통하던지 잔돈푼깨나 날린 사연, 개 그림이 들어간 통조림(애완견 먹이)을 구입해 일행 전체가 나눠 먹고 배탈이 난 사연, 호텔 객실에서 처음 본 비데의 사용법을 알지 못해 물벼락을 맞은 사연 등이 전해진다. ‘88 서울올림픽 직후인 1989년 1월 1일부터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가 실시되면서 우리 국민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다.


■ 여권의 개념과 유래
해외여행의 필수품 여권(passport)은 언제부터 사용되었으며, 왜 passport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중세 유럽의 도시는 대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므로 외국 사신이나 여러 곳을 자주 돌아다니는 상인들이 성문을 출입할 때, 프랑스어의 통과를 뜻하는 ‘passe’와 성문을 뜻하는 ‘porte’의 합성어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김진섭, 『관광법학』, 1991, 43면.

또한, 여권을 의미하는 ‘passport’라는 영어 단어는‘pass(통과하다)’와‘port(항구)’의 합성어로, 원래는 비행기가 없던 시절 항구(port)와 항구(port) 사이를 통과할 때 필요한 통행증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1902년 구한말 대한제국은 궁내부 산하에 유민원을 설치하여 여권 발급 등 이민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였다.
오늘날 외교부의 여권과에 해당하는 유민원은 하와이 이주 한인들에게 집조(지금의 여권)를 발급하였다. 집조(執照)는 한지 한 장을 좌우로 나누어 왼쪽에는 한글이 아닌 한문으로 여행자의 주소, 성명, 직업, 여권번호 등이 표시되어 있으며, 오른쪽은 영문과 불문으로 된 번역문으로 표시되어 있다. 특히 집조에는 “집조 소지자가 하와이를 여행함에 있어서 길을 가는데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보호를 해줄 것을 길을 지나는 각 관청에 요청한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한국이민사박물관, 『전시유물도록』, 26-28면.

세계 각국은 수세기 동안 해외여행자에게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는 통행증을 발급해 왔다. 통행증은 파피루스에 적은 신임장에서부터 옥새를 새긴 반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권을 해외여행자의 필수 문서로 취급하게 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라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도 각 국가마다 국민이 출입국하거나 외국인이 입국하는 경우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외국인이 입국하는 경우 국가안보 차원에서 국익 위해 인물 및 난민의 입국을 억제하기 위해 여권을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보편화 되었다. 이민법연구회, 『2018 쉽게 풀어쓴 출입국관리법』, 한국이민재단, 2018, 12면.

참고로 ‘패스포트 파워’(passport power)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말로 여권의 힘이라는 뜻이다. 여권 하나로 무비자로 갈수 있다는 것은 국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2018 헨리 패스포트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일본, 싱가포르에 이어 189개국을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는 국가로 지정되어 세계 3위를 차지했다.

< 대한민국 여권 견본 >

【출처: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우리나라 출입국관리법 제2조(정의)에 따르면, ‘여권이라 함은 대한민국 정부·외국 정부 또는 권한 있는 국제기구에서 발급한 여권 또는 난민여행증명서 기타 여권에 갈음하는 증명서로서 대한민국 정부가 유효하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권은 여권 소지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외교적 보호권이 어느 나라에 있는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또한 여권 소지자의 신분 및 국적 증명, 귀국증명, 여행하고자 하는 국가에 대한 편의제공 의뢰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공식문서로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신분증에 해당된다.

< 유효한 여권의 의미 >

서울중앙지법은 “과거 대한민국에서 범법 사실로 인하여 입국이 규제된 자가 대한민국에 입국할 목적으로 자신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 인적사항을 바꾸어 여권을 신청하였고, 여권발급기관이 그 사실을 모르고 바뀐 인적사항으로 여권을 발급하여 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그 여권은 유효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출입국관리공무원은 해당 외국인에 대하여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라고 판결하였다. 2008.10.16. 선고 2008고단4570.



‘유효한 여권’이란 형식적 요건과 실질적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여권을 의미한다. 형식적 요건은 권한 있는 국가기관이 정당한 절차에 따라 발급하였음을 말하며, 실질적 요건은 여권의 명의인과 소지자 및 행사자가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여권 유효성의 판단 기준으로는 ▴권한 있는 국가기관에 의하여 적법하게 발급되었을 것 ▴여권의 유효기간이 경과하지 않았을 것 ▴여권의 명의인과 소지자가 동일인일 것 ▴여권이 위변조되지 않았을 것 ▴대한민국 정부가 유효하다고 인정할 것 등을 들 수 있다.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 『출입국관리법 해설』, 66면.


■ 여권 속의 비밀 박길남, 앞의 책, 225-226면.



대한민국 여권 견본을 보면 하단에 두 줄로 된 기계판독 부위가 있다. 이곳에는 여러 숫자들과 꺾쇠(〈〈) 표시, 그리고 영문 알파벳 대문자로 이루어진 여권 소지자의 각종 정보가 담겨 있다.
여권 하단의 첫째 줄에 보이는 PM은 여권의 종류, KOR은 발행 국가, HONG은 성(surname), GILDONG은 이름(given-name)을 표시한다. 참고로 PM에서 P는 Passport의 약자이고 M은 Multiple의 약자로 PM은 여권 유효기간 내에 여러 차례 사용할 수 있는 복수여권을 의미한다. S는 Single의 약자로 PS는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단수여권을 뜻한다.
여권 하단의 둘째 줄에 보이는 M29992470은 여권번호, KOR은 대한민국 국적, 750101은 생년월일, M은 성별(남성은 Male의 약자인 M, 여성은 Female의 약자인 F로 표시), 180310은 여권 유효기간 만료일, 1121123은 주민등록 후단 번호를 가리킨다. 우리나라 여권에는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해 사진과 지면에 그물 무늬, 무궁화 문양 등 여러 가지 보안 요소들이 숨어 있으며 보안선 안에는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 글자가 삽입되어 있다.
자동판독여권(MRP)이 도입되기 전에는 출입국심사관들이 승객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키보드로 입력하여 출입국규제 여부 등을 검색해야만 했다. 그러나 여권 자동판독시스템의 도입으로 여권판독기가 여권 인적사항을 자동으로 인식하여 출입국규제자 검색은 물론 출입국자 기록을 자동으로 저장하게 됨으로써 출입국심사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 해외여행 중 여권을 분실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가까운 경찰서를 방문하여 여권 분실신고를 하고 여권 분실 확인증명서(Police Report)를 발급받아 한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제출하여 여권 재발급을 신청하거나 또는 가까운 한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가서 여권 분실신고서를 작성하고 여권 재발급을 신청하면 된다. 다만, 여권 재발급 신청을 하면 발급될 때까지 2~3주가 걸리므로 3~4일 이내에 발급되는 여행증명서를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 여행증명서(Travel Certificate)는 해외에 체류하거나 거주하던 중 여권을 분실하여 여권 발급을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이 긴급히 귀국하여야 할 인도적 사유가 있는 사람에게 발급하는 일종의 임시여권을 말한다.

■ 여권의 영문성명 표기방법
한국인 홍길동 씨는 미국 유학 중에 행운을 바란다는 의미에서 영문성명을 Hong Gildong 대신에 Hong Jackpot을 사용하였다. 홍길동 씨는 수년간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던 중 여권을 분실하여 재발급 신청 중에 해외에서 장기간 사용한 영문성명을 계속 사용하고 싶어, 이를 Hong Jackpot으로 표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경우 홍길동 씨는 여권상의 영문성명을 Hong Jackpot으로 표기하는 것이 가능할까?
여권법 시행규칙(제2조의2)에 따르면 “여권 발급 신청인이 해외에서 오랫동안 사용한 영문성명으로 변경하려 할 때, 그 영문성명이 가족관계등록부 상의 한글성명에 대한 영문표기가 아닌 경우에는 기존 영문성명의 앞 또는 뒤에 변경하려는 영문성명을 함께 표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홍길동씨가 유학 중에 장기간 사용한 영문성명인 Hong Jackpot을 계속 사용하고 싶으면, 길동의 영문명(Gildong)의 앞 또는 뒤에 Jackpot을 병기하여 표기하는 것은 가능하다.
한편, 여권법 시행령(제3조의2)에 따르면 여권의 영문성명 정정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만 허용된다. ① 여권의 영문성명이 한글성명의 발음과 명백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 ② 국외에서 여권의 영문성명과 다른 영문성명을 취업이나 유학 등을 이유로 장기간 사용하여 그 영문성명을 계속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 ③ 국외여행, 이민, 유학 등의 이유로 가족구성원이 함께 출국하게 되어 여권에 표기한 영문 성을 다른 가족구성원의 여권에 쓰인 영문 성과 일치시킬 필요가 있는 경우, ④ 여권의 영문성명의 철자가 명백하게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는 경우, ⑤ 여권의 영문 성에 배우자의 영문 성을 추가·변경 또는 삭제하려 할 경우, ⑥ 개명된 한글성명에 따라 영문성명을 변경하려는 경우 등이다.

< 여권 영문성명 변경신청 거부처분 관련 판례 >

한국인 A씨는 2000년 자신의 이름에서 '정'을 영문으로 'JUNG'으로 표기해 여권을 발급받았다. 하지만 2015년 여권 재발급 신청을 하면서 'JEONG'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외교부에서 이의 신청을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서울행정법원은 A씨가 "여권 영문명 변경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하였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여권에 수록된 한글 이름 '정'은 'JUNG', 'JEONG', 'JOUNG', 'CHUNG'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돼 있고, 특히 'JUNG'으로 표기된 비율이 약 62.22%에 이르는 반면 'JEONG'은 28.2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을 'JUNG'으로 표기한다고 해서 한글성명의 발음과 명백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특히 영문성명 변경을 폭넓게 허용하면 외국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출입국심사 및 관리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우리나라 여권에 대한 대외 신뢰도가 저하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서울행정법원, 2015. 4. 7. 재결, “여권 영문성명 변경 거부처분 취소 청구 사건”.

더 자세한 내용은 강남노무법인으로 연락바랍니다.
( 02-539-0098 또는 bongsoo@k-labor.com )

    • 맨앞으로
    • 앞으로
    • 다음
    • 맨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