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예방

제3장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발생시 조치 및 사건처리 사례

제3절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처리 사례 Ⅰ.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기준 등

1. 성희롱 여부의 판단기준

(1) 판단의 요소
우리나라 최초의 성희롱 소송사건은 대학의 실험실에서 조교로 근무한 여성이 실험실 관리 책임자인 남성 교수의 성적 언동을 거부한 후 계약 종료 전에 해임당하자 성희롱이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소송 사건이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성희롱 관련 법이나 판단 지침이 없었다.
그런데 이 소송에 대한 대법원(1998. 2. 10. 선고 95다39533 판결 [손해배상(기)]은 “어떤 성적 표현행위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때 쌍방 당사자의 연령이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성적 동기나 의도의 유무,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단의 요소 중 “성적 동기나 의도의 유무”를 제외한 것은 현재에도 성희롱에 관한 판결들과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서도 인용되고 있다.
그런데 “성적 동기나 의도의 유무”는 논란이 많이 되었는데 행위자가 성적 동기나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면 성희롱이 성립되지 않는 것인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관해 국가인권위원회(2003.9.13. 결정 05진차470)는 “행위자의 성적 의도가 없었더라도 행위의 상대방이 그러한 행위를 원치 않았고 불쾌감을 느꼈는지, 일반여성의 합리적 관점에서 볼 때 성적 함의가 있는 불쾌감을 주는 행위였는지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대법원(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성희롱결정처분취소] )도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2) 법원의 판단 관점
1)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합리적 인간)의 관점
대법원(1998.2.10. 선고 95다39533 판결) 은 최초의 성희롱 소송 사건에서 “어떤 성적 표현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앞에서 언급한 판단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여부, 즉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단기준을 ‘합리적 인간’의 관점이라고도 한다.

2)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관점
그런데 우리나라 성희롱 관련법은 성희롱의 법적 개념에서 공통적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는지 여부는 상대방의 주관적 감정에 좌우된다. 그리하여 여러 명이 참석한 회식자리 등에서 행위자의 언동에 대하여 1명만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라고 주장하면 성희롱이 성립되는 것인지가 쟁점이 된다.
대법원(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성희롱결정처분취소] )은 남성 교감이 회식자리에서 여성 교사들에게 술을 남성교장에게 따라 주라고 한 발언이 성희롱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교장이 여교사를 배려하여 소주잔에 맥주를 따라 준 점, 교감이 여교사들에게 술을 먼저 따라 준 교장에 대한 답례로 술을 따라 드리라고 두어차례 말한 점, 3명의 여교사들 중 2명은 교감의 발언에 성적 굴욕감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점, 회식자리의 대화가 주로 학생지도에 관련한 것이었던 점을 중시하였다. 그리하여 이 판결은 ‘어떠한 언동이 상대방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이 사건에서는 진정인을 제외한 다른 2명의 여교사)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이어야 성희롱에 해당된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가 아닌 이상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성희롱이 성립할 수는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단 관점은 현재에도 성희롱 판결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다.

3) 성인지 감수성의 관점
대법원(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교원소청심사위원회결정취소])은 남성 교수가 취업추천서를 요청하는 여학생들에 대하여 “뽀뽀해 주면 추천서 써 주겠다” “나랑 사귀자”는 등의 언동을 한 것이 성희롱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 사건에서 ‘성인직 감수성의 관점’이란 새로운 판단 관점을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관점’에 추가로 제시하면서 교수의 성희롱과 대학의 해임 조치의 정당성을 인정하였다. 이 판결의 판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원고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가해자가 교수이고 피해자가 학생이라는 점, 성희롱 행위가 학교 수업이 이루어지는 실습실이나 교수의 연구실 등에서 발생하였고, 학생들의 취업 등에 중요한 교수의 추천서 작성 등을 빌미로 성적 언동이 이루어지기도 한 점, 이러한 행위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이루어져 온 정황이 있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우리 사회 전체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들과 같은 객관적으로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심리·판단하였어야 옳았다.”
이러한 판단기준은 현재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관한 판결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다.

(3)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관점
국가인권위원회(2005. 9. 13. 결정 05진차470)는 남성 교수가 강의실에서 “요즈음 여학생들이 돈을 벌기 위하여 난자를 판다.”고 하면서 특정 여학생(진정인)을 지적하며 “너 정도면 난자 값이 비싸겠다.”고 한 언행등이 성희롱인지 여부가 문제가 된 사건에서 다음과 같은 판단기준을 제시하면서 ‘일반여성의 합리적 관점’이란 판단관점을 제시하였다. 이 판단기준은 진정인(피해자)이 여성인 경우에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다. 성적 언동에 관하여 사회화하는 과정에서 성별에 따라 다르게 감응, 판단하는 경우가 있는 사실을 고려한 성인지적 판단기준이라 할 수 있다.
① 당사자의 관계, 문제가 된 언동을 하게 된 경위 및 내용, 언동이 행해진 장소 및 상황 등에 업무관련성이 있는지?
② 문제가 된 언동이 성적 함의가 있는 성적 언동인지?
③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 등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상대방이 그러한 언동을 원치 않았고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는지?
④ 합리적 여성의 관점(또는 일반여성의 합리적 관점)에서 볼 때, 문제가 된 성적 언동에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는지?
한편, 인권위는 진정인(피해자)가 남성이나 성소수자인 경우에는 ‘합리적 피해자의 관점’이란 판단 관점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2. 피해자 진술의 신뢰성 인정과 ’피해자다움‘의 통념
(1) 피해자 진술의 신뢰성 인정 기준
성희롱과 성폭력은 행위자와 피해자가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당사자가 그 상황에 대해 매우 상반된 진술을 하는 경우가 많아 분쟁이 발생한다. 여러 명이 참석한 회식자리에서의 상황에 대해서도 참석자들 마다 다른 기억과 진술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또한 피해자의 진술이 조사과정에서 다소 변경되거나 사실과 다른 경우도 발생한다. 이 경우 피해자의 피해 진술을 신뢰하고 혐의자의 주장을 배척하는 판단기준이 법적 쟁점이 된다.
법원은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표현상의 차이로 인하여 사소한 부분에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거나 최초의 단정적인 진술이 다소 불명확한 진술로 바뀌었다고 하여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는 대법원(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등 참조)의 판시를 많이 인용한다.

(2) ‘피해자다움’의 통념
‘피해자다움’이란 피해자라면 마땅히, 통상적으로, 상식적으로 어떠한 행동이나 반응을 해야 할 것이라는 통념을 말한다. 이 ‘피해자다움’은 성희롱·성폭력 관련 분쟁에서 쟁점이 많이 되고 있다. 때로는 이 통념이 합리적 판단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있지만, 때로는 피해자다움이란 편견, 고정관념으로 특정 사건에서 피해자의 피해 진술을 불합리하게 배척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남성 도지사의 여성 비서에 대한 언동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에 해당되는 지 여부가 된 소송 사건에서 1심 법원(서울서부지방법원 2018.8.14. 선고 2018고합 75 판결)은 피해자라면 도지사의 성적 언동이나 요구를 피해야 할 텐데 해외에서 피해를 입은 뒤에도 도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 식당을 찾는 등 수행을 계속하였고 담배를 사오라는 지시를 받고 담배를 문 앞에 두지 않고 호텔방에 들어가 주려다 다시 성폭력을 당하였다는 진술 등은 피해자답지 못하여 신뢰할 수 없다며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2심 법원(서울고등법원 2019.2.1.선고 2018노2354 판결)은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교원소청심사위원회결정취소])의 성인지적 감수성 판단 관점을 적용하여 도지사의 언동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다움’ 통념에 기초한 1심 판결을 취소하였다. 대법원(2019. 9. 9. 선고 2019도2562 판결 [강제추행, 피감독자간음,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도 원심판단을 인정하였다.

3. 성적 언동의 범위

성희롱의 법적 개념에서 성희롱의 수단이 된 “성적 언동 등”, “성적 언동이나 요구”의 의미에 관한 견해 차이가 있다.
이에 관하여 우리나라 법원 판결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는 것은 대법원 판결(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성희롱결정처분취소] )이다. 이 판결은 “성희롱의 전제 요건인 ‘성적 언동 등’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R자동차 성희롱 소송사건에서 2심 법원(서울고등법원 2015.12.18. 선고 2015나2003264 판결(손해배상(기))은 성희롱을 성적인 성질을 가지는 언동뿐 아니라 여성 근로자에게 “집에서 살림이나 하지” 등의 성차별적 발언을 하거나 성별에 기반한 비하 등을 하는 것을 포함하여 폭넓게 해석하였다. 2심 법원의 성적 언동에 관한 견해는 다음과 같다.
“‘성적인 언동 등’이라 함은 반드시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제2조 별표1이 예시한 수준의 행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① 당사자의 관계 ②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③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④ 행위의 내용 및 정도 ⑤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 내지 혐오감을 느낄 정도로, 상대방이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성적인 접근 내지 구애를 하는 것, 성적인 호의를 요청하는 것,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것, 그 밖에 상대방을 성적인 대상으로 삼거나 성적인 차별의 대상으로 삼아 말과 행동을 하는 것 일체를 가리킨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이와 달리 해석하여 ‘성적 언동 등’을 이성 또는 동성 간의 육체적 관계나 사람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 한정할 경우, 상대방에게 원하지 않는 개인적인 교제 차원의 대화나 만남을 강압적 내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행위, 눈으로 상대방의 신체를 훑어보는 행위, 특히 여성 근로자에게 “집에서 살림이나 하지” 등의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행위 등이 성적 언동 등에서 자칫 제외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특히 여성 근로자들이 직장 내에서 위와 같은 언동 등으로 인하여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고 그로 인하여 업무수행에 방해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타당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뿌리째 들어내기 위해서는 특히 여성 근로자에 대하여 그 여성 근로자가 내 어머니나 누나, 여동생, 딸이라고 가정할 경우 차마 쉽게 하지 못할 행위를 하였다면 설령 행위자가 직장생활의 활력소가 될 만한 가벼운 농담 내지 장난 차원에서 행하였다는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성적 언동 등’에 해당한다고 보아도 틀림이 없다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성희롱에 관한 매뉴얼은 “성적 언동”을 성적 성질을 가지는 언동으로 규정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 혹은 여성에게만 차 또는 복사 심부름을 시키는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하였다.
ILO가 2019년 6월 21일에 채택한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철폐에 관한 협약」(제190호)은 ‘젠더에 기반한 폭력과 괴롭힘(gender-based violence and harassment)’을 “성별과 젠더를 이유로 인간에게 향하는, 혹은 특정 성 혹은 젠더에 편중되게 영향을 주는 폭력과 괴롭힘으로서 sexual harassment를 포함한다.”라고 정의하였다. 이것은 ‘젠더에 기반한 폭력과 괴롭힘’은 남성, 여성 등 성별에 관한 인식(gender)에 기반한 다양한 유형의 폭력과 괴롭힘이며 ‘sexual harassment’는 성적 성질을 가지는 폭력과 괴롭힘으로서 ‘젠더에 기반한 폭력과 괴롭힘’의 일종임을 표명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하거나 성별에 기반한 비하는 ‘젠더에 기반한 폭력과 괴롭힘’에 해당되지만 성적 성질의 언동은 아니므로 성희롱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

4. 입증책임의 부담

「남녀고용평등법」은 “이 법과 관련한 분쟁해결에서 입증책임은 사업주가 부담한다.”는 조항(제30조)을 1989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2021년 5월 18일에 개정된 법은 이 조항의 적용범위를 사업주의 사건처리 뿐 아니라 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장관의 사건처리에서도 적용되도록 확대하였다.
그런데 R자동차 성희롱 사건의 제2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15.12.18.선고 2015나2003264 판결)은 “모든 입증책임이 사업주에 있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형평에도 맞지 않으므로 적어도 불리한 조치가 있었다는 점은 피해근로자가 입증해야 하고, 그 불리한 조치를 하게 된 다른 실질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점은 사업주에게 입증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여 논란이 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의 대법원 판결(2017.12.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손해배상(기))은 「남녀고용평등법」의 입증책임 규정은 성희롱 사건에 적용되므로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피해근로자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가 성희롱과 관련성이 없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에 대하여 사업주가 증명을 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과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도 사업주에게 입증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장애인차별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제47조(입증책임의 배분)에서 “① 이 법률과 관련한 분쟁해결에 있어서 차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차별행위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차별행위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차별행위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자의 상대방이 입증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5. 사업주의 책임

(1) 사용자책임
「민법」은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와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제756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최초의 성희롱 소송에서 1심 법원(서울민사지방법원 1994. 4. 18. 선고 93가합77840 판결 [손해배상(기)]), 3심 법원(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판결 [손해배상(기)] ), 파기환송심(서울고법 1999.6.25. 선고 98나 12180 판결 [손해배상(기)] )은 모두 교수의 성적 언동을 불법행위로 인정했지만, 피고 총장과 대한민국의 사용자책임은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1심 법원은 교수의 성희롱을 업무관련성이 없다는 것과 교수는 연구 및 강의활동 등에 있어서 전적으로 자유성이 보장되고 있어 그 임용권자인 사용자 또는 그 대리감독자라 하더라도 행정적인 업무나 형식적 사항이 아닌 교수의 연구활동이나 기타 사생활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이를 지시, 감독할 수 있는 입장에 아니라고 하며 교수의 언동을 교수의 개인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 피고 교수의 성희롱 행위가 그의 사무집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또한 기록에 의하면 위 피고의 성희롱 행위 또한 은밀하고 개인적으로 이루어지고 원고로서도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여 피고 대한민국으로서는 이를 알거나 알 수 있었다고도 보여지지 아니하므로, 이러한 경우에서까지 사용자인 피고 대한민국이 피용자인 원고에 대하여 고용계약상의 보호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우리나라 판례 중에서 사용자 책임을 최초로 인정한 판례는 여성근로자들의 남성근로자에 대한 성희롱과 회사의 사용자책임 관련 분쟁에 관한 서울지방법원(2002. 5. 3. 선고 2001가합6471 판결)이다. 이 판결은 󰡒사용자인 회사는 근로자의 근무환경에 대해 배려하여 성희롱을 통하여 근로자의 인격적 존엄을 해치고, 노무제공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들이 원고에게 성희롱을 하였다면 사용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그 후 많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법원은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런데 근래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R자동차 성희롱 사건에서 1심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4.12.18., 선고 2013가합536064 판결[손해배상(기))은 성희롱 행위자(팀장)의 여성근로자에 대한 언동을 성희롱으로 인정하였으나 그 언동은 업무관련성이 없이 행위자의 개인적 행위라며 회사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그런데 2심 법원(서울고등법원 2015.12.18. 선고 2015나2003264 판결(손해배상(기))은 일부 조치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2017.12.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손해배상(기)])과 파기환송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18. 4. 20. 선고 2017나2076631 판결 [손해배상(기)])은 사용자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였다.
그러나 한편, 법원은 대학교수가 교직원이나 학생에 대하여 성희롱을 한 행위에 대하여는 교수는 자율적으로 업무 수행을 한다며 대학의 사용자책임을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행위자의 소속 기관장(총장 등)을 피진정인으로 하거나 시정권고의 대상으로 하여 총장 등에게 행위자에 대한 제재, 전체 직원에 대한 예방교육, 재발방지 대책, 2차 가해 방지 등의 권고를 많이 한다.

(2) 불법행위 책임
현행 「남녀고용평등법」과 「양성평등기본법」 등의 성희롱 관련법은 사업주에게 성희롱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하고 피해자 등에게 불리한 처우(2차 가해)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사업주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사업주는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이 아니라 제393조(채무불이행)와 제750조(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남녀고용평등법」의 경우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등에 대하여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위반한 사업주는 형사적 제재를 받게 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강남노무법인으로 연락바랍니다.
( 02-539-0098 또는 bongsoo@k-labor.com )

    • 맨앞으로
    • 앞으로
    • 다음
    • 맨뒤로